2020년 한해를 보내며
2020년 한 해를 보내며
배 현 공
2020년 경자년 한 해가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다.. 어느 해 든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었던가. 그러나 대부분이 사람과 사람 간의 문제였다. 올해는 다르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정채도 알 수 없는 코로나 19라는 괴물이 인간 세계를 침략하여 초토화를 시킨다. 세계 7653만여 명이 저격을 당해 그중 169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집중 공격한다.
지구촌의 축제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다니고 만남을 피한다. 국가에서는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 자금을 배부하는 상사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 와중에도 곳곳에서 날개 없는 천사들이 나타나 목숨을 걸고 저격당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예방작용도 해준다. 일 년 내내 한 편의 과학공상 영화를 보는 듯했다.
정계 재계 곳곳에서 미 투 사건 및 N번 사건 등이 일어나 세상을 경악해한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부동산을 사 모으고 집값은 친정 부지로 오른다.
신은 코로나 19라는 괴물을 보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주의에 빠져 절제함을 잃은 우리에게 큰 자각을 주게 한 것일까.
2020년은 나에게도 인생의 있어 지각변동이 일어난 해다. 40여 년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였다. 세상이란 무대에서 우린 다양한 배역으로 연기를 한다. 많은 역 중 직장이란 무대는 내 인생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나 자신도 모르는 나의 능력을 발휘하게 하여 주었고 그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였다.
베이붐 세대에 태어난 우리는 역사의 격동기를 살아오면서 희생의 연속이었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 어린 나이에 공장으로 가지 않아도 되었고 민주화운동에 희생되지도 않았다. IMF라는 외환위기에 구조조정의 아픔도 비정규직으로 차별도 받지 않았다. 공무원이란 온실 속에서 비교적 보호받고 살았다. 그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한없이 감사했다.
한편으로는 매인 몸으로 살다가 이제 자유인이 되어하고 싶은 일도 계획했던 일들도 많았다. 먼 나라로 여행도 하고 싶고 나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자원봉사도 하고 싶었다. 모두가 코로나 19가 앞을 가로막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일정이 없다. 집안 청소하고 산엘 오르고 남편 퇴근시간에 맞추어 밥을 한다. 어제와 같은 일상이다. 내가 그토록 그리던 일상인데 행복하지 않았다. 세상에서 밀려난 기분, 무엇을 시작하기는 너무 늦고, 아무것도 안 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 퇴직이 정영 이런 걸까.
퇴직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영어로 Re-tire 피곤해지다. 피곤해지다.라는 뜻이지만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 먼 길을 가기 위하여 타이어를 갈라 끼운다는 뜻으로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는 신발끈를 조여 메고 다시 한번 뛰어보기로 하였다. 우리의 삶은 강물 같은 것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다.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우선 집안 정리부터 시작하였다. 집안 구석구석 정리정돈이 끝이 없다. 나의 손은 요술이다. 내 손이 지나가면 반짝반짝 빛이 나고 모두가 제자리를 찾는다. 물건들은 더 생기가 있고 가치가 있어진다. 코로나19가 한편으로는 고맙다. 네가 없었다면 나의 일상도 많이 바꿨을 것이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의 기쁨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다. 장롱 속 싱크대 속의 물건들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로 글쓰기에 뛰어들었다. 그동안의 나의 지구별 여행은 다양했다. 시골의 대가족과 도시의 핵가족 모두를 살았다. 우리나라 1차 산업에서 4차 산업까지 변화무쌍하던 격동기의 긴 터널을 지나왔다. 40여 년에 직장생활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글쓰기에는 최적의 조건이 아니던가, 삶의 목표가 생겨 좋았다. 아침에 눈뜨면 설레 인다. 내 머릿속에 어지럽게 떠다니는 기억의 조각들을 꿰어 하나의 작품을 만든다. 나의 생각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때는 진통을 겪는다. 어느 때는 한없는 기쁨으로 때론 하염없이 눈물이 솟구친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아 막막하고 불안할 때도 있다. 그렇게 글과의 전쟁을 치러다가 보니 어느 듯 한 해의 끝자락에 와 있다. 성과도 있었다. 사단법인 부산여성문학인협회에 검둥이를 찾았다는 제목으로 신인상을 받아 수필가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에 있었던 일 중에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이 세상에 내가 설 무대가 있음에 감사했다.
보너스가 더 값지다. 글쓰기에서 만난 아름다운 인연들, 지도해주신 선생님을 비롯해서 같이 등단하고 같은 길을 걷는 우리의 반 천사님들 평생을 두고 행복해야 할 귀한 선물이다.
2020년 인생의 2모작 제2막이 시작되었던 뜻깊은 해이다. 이제 며칠만 지나면 역사의 저편으로 기억 속에서 살아져 갈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세상은 거리두기로 각종 모임이나 행사가 없어지고 사람들은 집안에서 자중한다.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길이 막히고 관광업계가 얼어붙고 수많은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잠깐의 우울함이 아니라 생계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두 손을 모은다. 2021년 신축년 에는 부디 코로나 19가 물러가고 우리 사회는 아픈 만큼 더 성숙한 모습으로 모두가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여 오순도순 정답게 살아가는 지구촌이 되기를 기도한다.
나 역시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멋진 배우가 되어 내가 세상에 존재함으로 세상은 좀 더 아름답고 훈훈해지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