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면 나는 붉게 물든 단풍 앞에서 가끔 걸음을 멈춘다. 바람에 흔들리는 붉은 잎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한때 누구보다 뜨겁게 사람들 곁을 지키며 살았던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K가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K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오랜 세월 평직원으로 근무하다 처음 간부가 되어 동사무소 사무장으로 부임했을 때였다. 동사무소는 행정의 최일선이라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때의 나는 젊었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당시 통장이었던 K는 나와 동갑내기로 유난히 손발이 잘 맞았다. 덕분에 나는 참 신명 나게 일할 수 있었다.세월이 흘러 내가 그곳의 동장으로 다시 부임했을 때도 K는 여전히 동네의 궂은일을 도맡으며 동 행정의 중심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