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도다리, 나의 20대를 기억하다 배현공 나의 20대는 하루에 시내버스가 두 번밖에 다니지 않던, 깊고 조용한 산골에서 시작되었다.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며 보낸 날들. 마주치는 얼굴은 늘 정해져 있었고, 창밖의 풍경은 사계절 내내 단조로웠다.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외롭지도, 허전하지도 않았다. 내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그와 함께한 시간은 오래된 시냇물처럼 잔잔했다. 특별한 이벤트도, 눈부신 순간도 없었지만, 일상 하나하나가 내겐 설렘이자 위안이었다. 산길을 나란히 걷고, 해 질 녘 고요한 마을을 함께 산책하던 시간 들. 세상은 조용했고, 우리의 사랑도 소리 없이 깊어져 갔다. 화려함은 없었지만, 곁에 있는 그 사람 하나로 충분했던 시절이었다.그러던 어느 날, 그는 군인이 되어 부산으로 떠..